힐링책 추천: 무채색 인생에서 생기와 온기 찾기 - 노인경 [자린고비]

반응형

2022-11-16

 

 

산책을 하던 중 상당히 쌀쌀해진 날씨 탓에 돌아갈까 돌아갈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보인 도서관을 지나치지 못하고 몸도 녹일 겸 들어갔다.

 

도서관 초입에 왠지 시선이 가는 책이었다.

 

편안하게 읽기 좋은 그림 에세이였다.

 

슬쩍 들춰보았다가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단숨에 읽고는 큰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되어 이렇게 글을 쓴다.

 


 

 

자린고비
작가: 노인경
출판사: 문학동네
가격: 15,000원

 

 

 

 

어려서부터 가난에 익숙한 주인공 자린고비.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며 지낸다.

 

성실히 일하지만 자기 의견을 내진 않는다.

 

 

 

 

 

 

하루에 두 끼 김밥만 먹는다.

 

 

 

 

 

 

옷도 검정색으로 아주 단출하게 계절별로 1벌씩만 갖고 있다.

 

 

 

 

 

 

골목에 버려진 가구 등을 가져다 생활하고 충분히 만족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다닌다.

 

 

 


 

[변화의 계기]

 

 

 

* 어느 날 십 년 동안 같이 일하는 편집자를 만나 식사를 함께 한다.

 

함께 김밥을 먹고 계산하려는 편집자에게 선을 긋는 자린고비 씨.

제가 먹은 건 제가 내겠다고.

 

그날 편집자는 빵 꾸러미를 또 건넨다.

그때 고비 씨는 자기 통장 잔고를 보여주며 자기 돈 많다고 확인시켜준다.

 

아랑곳하지 않고 편집자는 꾸준히 고비 씨에게 먹을 걸 가져다준다.

방울토마토, 오미자청, 배, 도시락...

 

동정받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강한 고비 씨의 계속되는 거절에

 

편집자는 음식을 받는 대신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다.

 

 

 

 

 

 

먹을거리를 하나씩 받을 때마다 그림을 그려줘야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인공은 평소 필요하다고 느끼지도 않았고 소비하지 않았던 음식들에 대해

 

찬찬히 음미하고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고비 씨가 먼저 고기를 먹자고 제안한다.

 

그리곤, 마트에서 유통기한 임박으로 40% 세일하는 고기를 산다.

 

고비 씨의 집에서 두 사람은 고기를 구워 먹는다.

 

밥도 없이 그저 소금에 찍어.

 

 

 

 

 

 

그렇게 겨울이 흘러가고 봄이 온 어느 날.

 

고비 씨는 또 김밥집에서 간다.

 


[변화의 시작]

 

 

 

 

 

하지만 이번엔.. 김밥 다음으로 저렴한 떡볶이를 시킨다.

 

 

 

떡볶이를 먹고나서부터 조금씩 색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연한 하늘에서 점점 더 푸른 하늘..

 

 

 

 

그리고 벚꽃이 화사하게 핀 거리.

 

 

 

 

초록 이파리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도, 혼자 있는 시간에도 색이 있다.

 

 

 

 

 

이렇듯 가난에 최적화된 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편집자와의 상호교류를 통해 그녀의 세상은 흑백의 세상에서 은은하게 물든 수채화 색의 세상으로 변화한다.

 

근검절약이 워낙 몸에 배어있다 보니 개인의 취향이나 소소한 행복의 즐거움조차 모르고 살던 주인공.

 

애초에 그런 것을 이해도 못했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아주 아주 조금씩 스며드는 그 과정의 묘사가 매우 흥미롭다.

 

흑백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덤덤하고 대단한 즐거움도 맛도 없는 세상이었는데,

 

컬러의 세상에는 생기가 있고 온기가 있다.

 

편집자가 능력이 좋은 듯.

마치 길고양이의 마음을 열듯이 말이다.

 

사실 주인공의 원래 생활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런 방식을 택한 사람이고 어떻게 보면 군더더기 없고 쓸데없는 물건이나 감정 낭비를 하지 않는 모습은 좋게 보이기도 한다.

 

다만 너무 흑백의 단조로운, 본인의 취향으로서 선택한 것이 아닌 그저 가난으로 비롯된 생활 방식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색과 온기가 더해짐으로써 좀 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더욱 인간미 있는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이 좋다고 느껴진다.

 

반응형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