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서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법정 - 무소유 21p.>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정말 감명 깊었다.
계속 조금씩 진행하고 있지만 더욱 더 정갈한 내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
과감하게 물건들을 더 비워내고, 깔끔하게 수납하여 나만의 생활에 안성맞춤인 그런 공간.
비어 있는 공간에 좋은 에너지의 채움이 있을 그런 공간.
불필요한 집착과 소유욕을 내려놓는 마음가짐.
8층에서 단추만 누르면 삽시간에 지상으로 내려온다. 슬리퍼를 신은 채 스무 걸음쯤 걸어 슈퍼마켓에서 필요한 것을 사 온다. 그것도 귀찮으면 전화로 불러 가져오게 한다. 물론 연탄불을 갈 시간 같은 것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이렇듯 편리하게 사는 데도 뭔가 중심이 잡히지 않은 채 겉돌아 가는 것 같았다.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흙탕길을 걸으면서 문득 생각이 피어올랐다. 잘 산다는 것은 결코 편리하게 사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우선 우리는 보행의 반경을 잃은 것이었다. 그리고 차단된 시야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몸의 동작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활발 발한 사고 작용도 따른다. 탁 트인 시야는 무한을 느끼게 한다.
그곳에는 수직 공간은 있어도 평면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이웃과도 온전히 단절되어 있었다.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속의 얼굴들도 서로가 맨숭맨숭한 타인들.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흙이다. 그렇다, 인간의 영원한 향수 같은 그 흙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늘 추상적으로 살았던 것이다. 마치 온실 속의 식물처럼.
흙과 평면 공간, 이것을 등지고 인간이 어떻게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현대 문명의 권속들은 편리한 쪽으로만 치닫고 있다. 그 결과 평면과 흙을 잃어 간다. 불편을 극복해 가면서 사는 데에 건강이 있고 생의 묘미가 있다는 상식에서조차 멀어져 가고 있다. 불편하게는 살 수 있어도 흙과 평면공간 없이는 정말 못 살겠더라. <법정 - 무소유 40p.>
나는 약 8평의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다.
신축 건물이어서 상당한 하이테크놀로지와, 쾌적함, 든든한 보안 등, 처음 마주했을 때 크게 감탄하였다.
하지만 막상 지내다 보니, 나에게 최적의 집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리한 기능들이 나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많았고, 쾌적함과 보안 또한 상당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함을 체험하였다.
과연 나는 이렇게 까지 많은 것이 필요할까?
그렇다고 당장 거처를 옮길 생각은 아니지만,
이 기회에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곳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디에서 살든 누리는 만큼 그만한 책임과 대가가 필요할 것이다. 전원적인 생활도 자연에 가까운 낭만을 누리는 그만큼 유지, 관리 등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생필품을 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할 수도 있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경우 또한, 편리함을 얻는 대신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거나, 각종 도시 소음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아무리 내가 법정 스님을 동경한다고는 하나, 후일 스님께서 지내셨다는 깊은 산속의 외딴 암자와 같은 곳에서 전기 등 그 어떤 편의 시설 없이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많은 선택이 그러하듯, 차차 나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어떤 것인지 알아나가면서 그 가치를 위해 어떤 것을 기꺼이 감내할 것인지를 따지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우선은 지금 내 몸을 쉬일 수 있는 이곳에 대한 감사함을 항상 상기하며 지내고자 한다.
혼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
손님들을 초대하여 즐겁고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떤 모습의 나여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공간,
내가 맞다고 굳게 믿고 나아가는 이 방향의 길에서 “이정표”와도 같은 스님의 길을 만나 믿음이 더 확고해지는 이 기분이 매우 좋다.
아주 충만한 기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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