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은 보통 3회차 정도를 권한다고 한다. 상담을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거나, 한 번 정도만 받아보았다면 너무 늦지 않게 재방문을 해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의 경우 지난 6월 김영국 선생님을 처음 만나 뵙고, 약 두 달이 지난 8월 4일 다시 한번 선생님을 찾아갔다. 이번 상담에서는 최면 치료를 통한 내면아이와의 만남과 상처 치유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이번 회차에도 비용은 동일하게 2시간에 20만원)
심리상담후기 1회차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2019.08.09 - [클레어의 마음 챙김] - 나를 180도 바뀌게 해 준 심리상담 비용 및 후기 - 불안장애, 공황장애
나를 180도 바뀌게 해준 심리상담 비용 및 후기 - 불안장애, 공황장애
이래 저래 바쁜 삶에 치이고 책임은 많은 데 그저 묵묵히 살아내다 보니 마음을 돌보지 못해 힘드셨지요. 저도 극강의 외로움, 중독, 집착, 불안, 불면증, 공황장애, 답답함, 무기력함, 번아웃 증
clairehalimkim.tistory.com
심리 상담 재방문 이유 및 목적
약 두 달의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명상을 하였고, 왜 이제야 알았나 싶을 정도로 명상을 하는 시간만큼은 정말 좋은 정화의 시간이 되어주었다. 항상 화근이 되던 술도 확 줄였고, 금연도 시작하여 꾸준히 약을 복용하며 현재는 약을 먹지 않으며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빨리 생활방식이 바뀌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일상이 바뀌어있었다. 첫 40~50분 정도는 근황 토크를 하며 내가 나답게 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화의 노력들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얘기를 들으시며 아주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다시 찾아왔는지를 궁금해하셨다. 그래서 감정 상태나 생활패턴 등 확실히 그전보다는 낫다고 느끼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중간점검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이제 좀 더 내면 아이와의 소통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니 최면을 통해 그것이 가능한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기도 해서 선생님을 찾아온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최면 치료 과정
실내를 어둡게 하고 조용한 음악을 틀고, 의자에 편히 기대 누운 상태로 최면치료가 시작되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그런지 확실히 긴장이 많이 되어 완전히 이완되기는 조금 힘들었지만 최대한 집중을 해보았다. 선생님의 멘트를 따라 어느 정도 전신 이완이 되면 무의식의 계단을 내려가게 된다. 이때부터는 눈을 감은 채 그저 떠오르는 장면들을 바라본다.
1. 내면 아이 만나기
Q. 무의식의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문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문이 보입니까?
A: 아주 높고 단단한 철문이 보이고 그 앞에 선 저는 두근거리고 눈이 많이 떨리며 긴장이 됩니다.
이때부터 슬슬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던 사랑하는 사람을 맞이하러 공항에 나가있는 기분이었다.
Q. 자,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를 만나봅시다. 아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A. 넓은 정원 가운데 쭈그리고 앉아서 문쪽에 서 있는 저를 놀라지도 않고 그저 무표정으로 돌아보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나도 쭈그리고 앉아 아이와 눈을 마주쳐보며 "나 왔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보았지만 특별한 반응은 없어 보였다.
Q. 그 아이에게는 무슨 일들이 있었나요? 그동안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A. "외로움" 이 세 글자 밖엔 떠오르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가슴이 꽉 막힌 듯 무엇인가 복받쳐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Q. 그렇군요. 그게 본인이 여태 느꼈던 가장 힘든 감정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곳의 아이에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고 들여다봐주지 않았군요. 얼마나 사랑과 관심을 많고 싶었을 텐데...
A. 그러면서 갑자기 어린 시절 이런저런 장면들이 좀 뒤죽박죽 떠올랐다. 나는 큰딸이고 나이 터울이 좀 있는 동생이 있는데, 어린 마음에 동생에 대한 질투나 소외감을 느꼈다고 말했더니 선생님께서 그럼 그런 서운한 감정을 부모님께 표현한 적이 있느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아니요, 그냥 그렇다면 그런가 보다 하고 항상 쭈굴 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전학을 많이 다니면서 친구를 사귀면 헤어지고를 반복했는데 그 또한 저에게 항상 불안감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또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또 헤어지게 될까 불안하면서도 마음을 주는 것을 멈추지도 못해서 매번 상처를 받고 슬펐습니다."
Q. 아이는 그동안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습니다. 한 마리의 새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었을 아이의 발목에 무거운 추를 달아 그 발목이 다 까지고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왜 더 날지 못하냐고 채찍질만 한 것이에요.
A. 이 말을 들으면서 뜯기고 피난 채 무거운 쇠추를 달고 있는 새의 여린 발목이 자연스레 떠오르더니, 내가 본 아이의 사지에 갑자기 보이지 않았었던 차갑고 무거운 추가 이질적으로 주렁주렁 달려있는 게 보였다. 너무 무섭고 가슴 찢어지고 그저 미안하고 어쩔 줄 모르겠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선생님은 이어 말씀하시길, 그 무거운 쇠추를 다른 사람들이 달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나 자신도 더 무겁게 짓누르고 심지어 그것을 풀 열쇠조차 던져버린 거라고 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사회나 부모님의 강요대로만 살아오고 그러느라 내 감정을 돌보거나 싫다고 표현도 못해보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과 함께 나 스스로를 더 채찍질한 것이라는 것. 눈물이 많이 났다.
2. 내면 아이와 어딘가로 떠나 진솔한 대화 나누기
어서 그 열쇠를 찾아와 이제 그만 풀어주고 어딘가로 아이를 데리고 떠나보자고 하셨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산으로 갔다. 양 옆으로 숲이 울창한 오솔길 하나를 떠올리며 그 길을 조심스레 걸어보았다.
Q. 이제 숲 속에서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어보세요. 어떤 말들을 하나요?
A. 보고 싶었다고,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Q.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는 걸까요? 두려워서? 화가 나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A. 그래서 아이를 들여다봤는데 " 아무런 긍정적, 부정적 표정도 느껴지지 않고 그냥 순수한 얼굴이고, 말은... 그냥 말하는 것을 잊..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Q. 아...! 선생님도 흠칫 놀라시며 그게 그동안 자신의 모습이네요.라고 안타깝다는 듯 말씀하셨다.
이때 나도 내가 말해놓고 너무 충격받아서 엄청 울컥했다. 갑자기 선생님이 곰인형 하나를 안겨주시더니 그 아이라고 생각하고 꼭 안아주라고 하셨다. 사실 그냥 인형일 뿐이지만, 눈을 감은 채 온 정신을 감정과 감각에만 집중하고 있다 보니 너무 가슴이 아릿하고 조심스럽게 안아보고 쓰다듬는 손이 많이 떨렸다. 그렇게 잠시 뜨거운 눈물을 흐르게 둔 채로 있었던 것 같다.
대체 이 아이는 왜 화를 내지도 않고 무서워하거나 도망가지도 않았고 낯선 제가 가자는 대로 이 숲길로 따라오고 그냥 이 상황은 뭘까 싶은 무딘 표정인 걸까요? 하니 선생님은 그게 딱 내가 살아온 모습이란다. 좋다, 싫다 표현도 잘 못하고 누가 끌고 가면 끌고 가는 대로 그렇게 수많은 결정을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겨왔던 것이다.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살려고 아등바등 애쓰고, 그런 정서적 결핍을 연인에게 보상받으려 하다가 집착이 생기고 결국 누구와 있어도 느낄 수밖에 없었던 분리불안.
3. 내면 아이 치유하기
이제 그 아이의 가슴에 박혀있는 못 하나를 보며 그것을 빼주라고 하셨다. 조심스럽게 작은 아이의 몸에 깊숙이 박혀있는 못을 떠올리며 조금씩 당겨 뽑아보았는데 몸이 거의 남아있지 않게 구멍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구멍이 너무 크게 나있는데요...라고 하니 그렇게 휑한 가슴에 계속 못을 키워놔서 이제는 그 못이라도 없으면 아예 살 수 없을 정도의 크기가 되었나 보다...라고 하셨다.
못 = 나에게 상처 준 것들, 나를 아프게 하거나 상처를 줬거나 몸에 해로운 것인 줄 알지만 그것마저 없으면 살아갈 자신이 없기에 계속 얽매일 수밖에 없었던 존재들이라고 느껴졌다. (부모님, 서로를 좀먹는 연인, 술, 담배, 일회용품 같은 새로운 인간관계들)
잠든 아이를 데리고 처음 만났던 정원으로 데려와 고이 누여놓고 바라보았다.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자 이제 이 모든 힘들었던 일들은 아이가 악몽을 꾼 것이라고 말해주세요. 아이에게 네가 이 잠에서 깨나면 그 모든 것은 악몽이었고 앞으로는 내가 너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해도 되니 화나면 화난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싫으면 싫다고 마음껏 표현해도 된다고 말해주세요. 이렇게 아이와 작별인사를 한 후 또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서서히 눈을 떴다.
최면 치료 후 피드백
선생님이 본인이 숨이 막힌다고 느껴질 만큼 나의 무의식에 꽤나 깊은 골이 파여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처음 근황 토크 때는 너무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왜 찾아왔나라고 말하실 정도로 내 말에 홀려 깜빡 속으셨단다. 보통 다른 내담자들은 최면치료를 하다 보면 내면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 날 방치했냐고 화를 내거나, 슬프다고 울거나 뭐 그런 반응이 있는 것이 대다수라 원인 파악이 빠른데 나 같은 경우는 아예 무반응이고 애가 실어증에 걸려있는 상황이니 앞으로 꽤 힘든 여정이 될 수도 있겠다고 하셨다. 감정이 너무 섬세하고 그 깊이가 깊어서 십여 년 간 이 일을 해오셨지만 보통 사람들 같진 않다고 하셨다.
김영국 선생님은 최면을 진행하시다 보면 내담자의 짓눌린 감정 덩어리의 무게를 함께 느끼시게 되는데 나와의 경우에 그것이 생각하셨던 것보다 너무 크고 무거우셨나 보다. 최면치료가 끝나고 이런저런 피드백을 얘기하다 보면 어느 정도 편안함을 되찾는데 아직까지도 숨이 막힌다고 하셨다. 이후, 처방전을 적어주셨는데 100일 동안 108배하기였다. 상태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마음으로 깔짝깔짝(명상이나 요가 등을 말씀하시는 듯)하는 정도론 부족하니 이제는 몸을 굽히고 움직여야 될 것 같다고 하시며 내려진 처방이었다. 108배를 하며 사용할 기도문의 형태는 ~해서 미안해 (참회), ~~ 해줄게 (자기 확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자신만의 기도문을 만드는 게 좋다고 하셨다. 예를 들면, 그동안 내가 너를 무시하고 학대해서 미안해, 앞으로는 너의 모든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네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고 있는 그대로 사랑할게. 이런 식이다.
최면 치료 체험 후기
최면이라고 하면 뭔가 이상한 종교적인 의식처럼 느껴져 거리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한 번 해본 것 가지고 가타부타할 수는 없지만 내면을 만나는 하나의 수단과 같이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정말 영화처럼 막 스토리가 이어지거나 장면이 또렷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반수면 상태처럼 멍한 상태에서 나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보이며 떠오르는 것도 뒤죽박죽이고, 보고 싶다고 해서 보이는 것도 아니고 꿈꾸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최면 영상은 지극히 표준화되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맛보기로는 괜찮지만 한번쯤은 이렇게 직접 전문가를 찾아가 나의 상황과 최면 전개과정에 맞춘 적절한 멘트를 통해 최면치료를 경험해 보는 것은 커스터마이징 되어 훨씬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비용적인 측면에서 좀 부담이 될 수 있어 아주 필요하다고 느낄 때만 할 수 있을 듯싶다.)
더 궁금한 내용이 있는 분은 댓글로 질문해주시면 답해드리겠습니다 :)
'클레어의 마음챙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챙김명상 - 명상의 정의 및 효과, 마음가짐, 명상 부작용 (0) | 2019.10.07 |
---|---|
힐러혜랑 - 마인드 딥 샤워 워크샵 참여 후기 (크리스탈싱잉볼, 티벳싱잉볼) (2) | 2019.09.22 |
돈 끌어당기기 - 돈을 부르는 확언, 고정관념 탈피 (0) | 2019.08.14 |
불면증 자가진단 - 수면의 질 테스트(PSQI) 해보기 (0) | 2019.08.10 |
나를 180도 바뀌게 해준 심리상담 비용 및 후기 - 불안장애, 공황장애 (4) | 2019.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