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7. 17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언저리에서 길상사 방향으로 그냥 걸었다.
사실 큰길을 따라갈 수 있는 빠른 길을 이미 수차례 가보아서 잘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가보았다.
나는 성북동을 참 좋아한다.
고즈넉한 동네, 오밀 조밀 가게들이나 집들이 모여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동네를 좋아한다.
이 날 따라 문을 닫아 심지어 무엇을 파는 곳인지도 모를 무명식당이라는 간판이 재미있어 찍어보았다.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구포국수집.
구포 국숫집이 이 길가에만 연달아 세 군데 정도가 있는데, 나는 이 곳이 가장 마음에 든다.
전에 비 오는 날 언젠가 한번 가서 국수를 먹었는데 정겹고 맛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빈티지 감성을 좋아하는 나의 시선을 끄는 가게가 또 나왔다. 노가리 슈퍼.
마음속에 누군가를 떠올리며 피식하고 찍은 컷.
이 이후부터는 내가 정확히 어느 길로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골목 사이사이로 길 뚫려있는 데로 무작정 걸었다.
부내나는 동네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이렇게 숨은 벽화를 발견하게 될 줄도 몰랐고,
이렇게 이파리들이 나린 골목길에서 무심코 세워 둔 예쁜 자전거를 만나게 될 줄도 몰랐다.
혼자서 아무의 눈치 볼 것 없이 가고 싶은대로 어딘지 모를 길을 걷는 것은 참 재미있다.
어렸을 때부터 난 그래왔던 것 같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이리저리 모험을 즐기다 보니 익숙한 길이 나왔고 그 길로 나의 원래 목적지인 길상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상사 입구.
여름의 후텁한 공기와 녹음 사이로 보이는 길상사 건물이 한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다.
비가 온 지 얼마 안 됐던 터라 녹음이 유독 짙었고, 그 내음 또한 깊었다.
그래, 이것들을 느끼러 온 것이다!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몇 번 해보며 자연을 느껴보았다.
길상사 극락전 한 편에 반려동물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나도 작년 이맘때쯤 떠나보낸 우리 집 사랑둥이를 떠올리며 정성껏 글을 하나 적어 꽂아보았다.
덥긴 더웠는지 눈에서 땀이 난 것 같다. 많이 보고 싶다.
이후에는 한참을 절 한편에 앉아 집에서 준비해 간 얼음 동동 시원~한 오미자차를 꼴딱이며 글을 읽기도 하고,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며 사색의 시간을 즐기다 내려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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